예술에 사로잡힌 한 영혼의 악마적 개성과 광기 어린 예술 편력
폴 고갱의 신화가 서머싯 몸의 붓끝에서 다시 살아난다
민음사가 The Royal Literary Fund와 독점 계약을 맺고 새로운 번역으로 선보인 『달과 6펜스』는 서머싯 몸이라는 작가를 전 세계에 타전한 결정적 작품이다. 예술에 사로잡힌 한 영혼의 광기 어린 예술 편력을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듬해인 1919년에 출판되어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그 인기 덕분에 그보다 4년 전에 나와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인간의 굴레에서』도 재평가받게 된다. 이 소설은 20세기 세계 문단에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작품으로 평가받을 만큼 주인공의 개성이 강하게 드러나 있다. 예술을 위해 예사로운 인정이라든가 정상적 인간성을 기꺼이 내팽개치는 찰스 스트릭랜드의 괴팍한 편력이 거의 악마에 가깝게 묘사되고 있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달과 6펜스』는 저 유명한 프랑스 화가 폴 고갱의 생애를 모델로 하고 있다. 책 제목처럼 고갱은 ‘6펜스’로 대변되는 천박한 문명(이기적인 세속)을 거부하고 풍부한 상상력과 광적 열정을 상징하는 ‘달’의 세계로 투신하였다. 『달과 6펜스』는 세계대전을 통해 인간과 인간 문명에 깊은 염증을 느낀 젊은 세대들에게 영혼의 세계와 순수의 세계에 대한 동경을 불러일으켰다. 가까운 현실 문제를 떠나 모든 이에게 내재되어 있는 보편적인 욕망, 즉 억압적인 현실을 벗어나 본 마음이 요구하는 대로 자유롭게 살고 싶은 욕망을 자극하는 강렬한 작품으로 남았다.